
나니까 당연히 나에게 제일 잘해줄 것 같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삽니다. 마음을 돌보는 데 있어서는 특히 더 그렇지요. 힘들다고 찾아온 친구의 고민은 몇 시간이고 들어주면서 내 고민은 쉽사리 잠으로 덮어버리려하고, 시간이 지나면 힘든 마음이 ‘알아서 괜찮아지길’ 기다릴 때가 많습니다. 왜 나는 남에게 하는 만큼도 나에게 잘해주지 못하는 걸까? 하고 처음으로 의문을 가졌던 시절, 그제야 시시때때로 범럼하던 우울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쌓아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기록의 시작은 ‘적을 것’과 ‘적을 곳’을 분명히 하는 데 있거든요. ‘적을 것’은 만의 테마를 찾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해서 자주 하는 행동이 있는지(제 경우 맥주 마시기, 한강 가기, 차박 떠나기, 동네 산책 등이 있습니다). 혹은 나도 모르게 자주 찍고 있는 특정한 풍경이 있는지 (저는 동네 골목길에 누군가 키우고 있는 화분을 자주 찍어요). 매일 빠짐없이 반복하는 일과가 있는지(요가일기, 수영일기,점심일기 같은 기록이 될 수 있겠죠) 가만히 살펴보세요. 좋아서 하는 기록이어야 꾸준할 수 있으므로 ‘이런 기록이 쌓인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하는 마음에 드는 소재를 찾아보세요. ‘적을 것’을 정했다면 다음은 ‘적을 곳’을 생각해봅니다. 노트가 좋을지,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올리는 편이 적합할지, 영상을 찍는 것이 나을지에 따라 ‘기록할 장소’가 정해지겠죠. 그럼 모든 준비는 끝난 셈입니다.
저만 해도 표현하는 데 서툰 편이어서, 마음속에 돋아난 말을 그냥 마음에만 두는 걸로 그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일부러 더 바깥으로 꺼내려고 해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요. 새로 자른 머리가 잘 어울리는 동료에게 “머리 잘 어울려요” 말하거나(예전 같았으면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을 거예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엔 카페 문을 나서기 전 용기를 내어 “커피가 정말 맛있었어요” 말하기도 합니다(예전엔 ‘그렇게까지 하는 건 오버’라고 생각했던 행동이에요). 좋은 던 글이나 그림이 있으면 작가의 SNS 계정을 찾아가 잘 보았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요. 좋은 줄을 모르고, 이 세상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고 혼자서 지쳐버리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나의 관심 분야인데 아직 정리된 정보가 없다(혹은 내가 원하는 방식의 정보가 없다) 싶으면 여러분이 바로 그 분야의 첫 번째 기록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내가 좋아서 하는 기록을 통해 사람들이 이 주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