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foxstarlab
뒤로 가기

밝은 밤

게시일: book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5월의 새비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내레 떨지 않고 희자 아바이 보내줬다. 땅이 녹아서 파기가 어렵지 않았더랬다. 내레 추울 때 가믄 땅이 얼어 심이 들 테니 조금만 더 버텨보갔어. 기깟 걸 농이라고 하던 희자 아바이가 마음놓았을까.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내가 엄마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니 엄마를 향한 나의 태도에는 늘 일종의 무시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엄마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그래야 엄마가 나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해주리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내가 갈구하고 울고 애원하고 원망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엄마가 내가 엄마를 은근하게 무시할 때에야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하는 것이 나는 좋았을까.



이전 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음 글
화성과 나